롯데 프리미엄아울렛 김해점
해운대 모처에 볼일을 마치고 식사후 김해 장유에 있는 롯데아울렛에 쇼핑을 위해 들렀다.
지상주차장이 만차여서 지하에 주차를 하고 GATE9 를 통해 지상으로 올라왔다. 혹시나 잊어버릴까 GATE9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두었다.
소비자는 왕의 역설
마케팅의 관점에서 "오늘 쇼핑할 돈을 좀 써볼까?"라는 소비층과 천원, 이천원 바지에 구겨 넣고 콩나물 사러 가는 소비층의 차이점은 분명했다. 이전 "전통시장활성화방안" 시리즈에서 강조했듯이 인구는 많았지만 1970년대 여러가지 이유로 살림살이가 빠듯했던 시절의 소비성향과 인구는 줄었지만 형편이 넉넉한 시절의 소비성향은 분명 다르고 1970년대 구멍가게 10군데가 빠듯하게 수입을 올렸다면 2020년대 마트, 편의점의 수가 그 몇 배로 늘었음에도 각 업체의 수익이 1970년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극단적인 표현이지만 동전 몇푼 들고 와서 깍아달라 더 달라 하는 소비자층과 신용카드를 들고 먹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 마음껏 쓸려고 오는 소비층은 1970년대와 2020년대의 차이를 극명하게 대비해서 표현해 준다. 그럼 우린 어떤 소비층을 타깃팅해야 할까? 소비자는 왕이니 거지가 오든 두둑한 지갑을 들고 오든 그 다양한 니즈들을 다 맞춰야한다고?
나는 등산로 개설, 유지, 보수를 하는 직업을 가진적이 있다. 특히 중점을 두는 요인이 안전시설 확충이다. 문제는 안전시설 확충이라는 것이 1000명 중 1명을 위한 것이다. 굉장히 비효율적인 예산집행이 아닐 수 없고 그 1명만 조심하면 막대한 예산이 다수를 위한 서비스 시설에 전용될 수 있다. 하지만 담당공무원의 입장에선 999명은 만날일이 없고 조심성 없는 그 1명만 민원 등으로 접촉하기에 그 1명이 999명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켜 쓸데없는 예산이 낭비되고 있는 실정. 그리고 나머지 999명은 자신도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막연한 걱정으로 인해 그 1명을 지지하게 되는 현상.
손익의 관점에선 이것을 과감하게 제외시켜야 하지만 얄팍한 소비자와 중개업체들은 이것을 이용해서 업주들을 압박한다. "서비스(봉사)정신"이라는 미명아래 오늘도 별점테러가 자행되고 있는 실정. 환불을 요구하거나 반품을 요구하는 즉시 서비스의 의무가 없음에도 나머지 999명의 잠재적 위험을 "후기"라는 더듬이로 감지하며 살고 있는 소비자들의 눈치가 보여 업주들은 울며겨자먹기가 된다. 또한 업체들간의 경쟁으로 인해 '백성'으로 대비될 수 있는 1개 업소가 수천명의 소비자를 '왕'으로 섬기며 살고 있는 쓸데없이 왕이 많은 기괴한 구조의 주종관계가 성립된다.
롯데 아울렛 김해점의 마케팅
이런 관점에서 롯데 아울렛 김해점의 마케팅을 살펴보자.
소비자 타깃팅
도심과 뚝 떨어져 있어 일단 동전 몇푼 가진 분들은 위치상 롯데아울렛으로의 접근이 어렵다. 입주된 점포들이 전부 브랜드관이라 어느 정도 지갑을 두둑히 해서 와야 한다. 츄리닝 입고 동네 편의점 들러듯이 가는 곳은 아니란 얘기.
미로와 같은 공간 구조
공간의 구조는 미로는 아니다. 하지만 건물의 형태가 동일해서 분별이 어렵기에 미로와 같은 형태가 된다. 이 형태가 마케팅에서 어떤 효과를 가져오나면 목적지까지 도달하기 위해 나열된 모든 점포의 간판을 확인해야 하기에 자연스럽게 입주한 거의 모든 점포의 위치와 브랜드명을 무의식에 심는 효과와 유리창 너머 보이는 디스플레이를 통해 충동구매를 할 여지를 남긴다.
더 큰 효과는 처음엔 복잡한 미로구조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지만 미로찾기라는 게임에 강제적으로 참여하게 되고 잠시 후 긴장감과 더불어 효율성을 찾는 재미에 나도 모르게 푹 빠져든다.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은 미로구조와 그것을 풀기 위해 두번 세번 확인하는 과정에서 각 브랜드와 디스플레이에 매료되며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공간을 해석하는 성취감과 아이쇼핑을 통한 편집증적 만족감을 느끼게 되며 공간에 중독된다.
허영심
효율적인 쇼핑습관을 가장한 허영심. 나의 상황에 맞추는게 아니라 롯데아울렛의 상황에 맞추는 것. 예들들면 이곳에 자주 오지 못한다면 온김에 여러개의 제품을 한꺼번에 구입하는 소비형태. 브랜드 제품을 30%~70%까지 할인해서 살 수 있다는 잇점과 그 가격에 브랜드 제품을 착용할 수 있다는 허영심이 반응을 일으켜서 쇼핑을 하다 보면 쇼핑지출액이 너무 과다해 질 수 있다는 부분.
가격, 품질, 서비스
소비자의 관점에서 봤을 때 각 입점업체의 전면유리에 할인율을 표시해 놓고 제품 디스플레이 중 쌓아놓아서 보다 더 저렴한 듯 보이게 하는 진열방식. 실제로는 출시된지 몇년이 지났는지. 할인율이 인터넷과 비교해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를 시야에서 가려버리는 '롯데'라는 브랜드파워. 브랜드만을 모아 놓은 입점업체들로 인해 품질에 대해 확고한 믿음성을 주는 구성.
상당히 친절한 직원들. 고객의 불편한 꼼꼼한 요구나 여러개의 제품을 착용해보고 구매를 하지 않더라도 그에 적응된 경력직 다운 친절 마인드. 고객의 체형이나 취향을 빠르게 판단해서 그에 맞는 추천과 조언.
주차장
이곳에 무단주차할 여지가 없고 이용자들만 주차를 하기에 주차비가 없다. 내 입장에선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다른곳에선 주차권에 대해 신경이 곤두선 부분이 항상 있었다. 쇼핑은 30만원치를 하면서 1,500원 주차비는 억울한게 인지상정인가.
전통시장과의 대비
전통시장이 쇠퇴한 것은 그냥 마케팅 전문가가 없기 때문이라는 걸 확신하게 된다. 장사의신이라는 구시대적인 마인드로 각각의 업소들이 각개격파를 하니 전통시장에 사람들이 북적일턱이 있는가. 시장 전체를 하나의 유기적 연결관계로 움직여 나갈수 있는 그리고 잠잘동안의 꿈에서도 마케팅을 고민하고 접목하고 변형해갈 전문가가 상인회에 상근하지 않는 이상은 전통시장이 마케팅적 경쟁구도에서 약자라는 건 분명하다.
롯데아울렛과 전통시장의 공간적 구조가 흡사하고 수십년간 신뢰를 쌓은 각자의 점포들이 지역 브랜드인데 이러한 역량을 최대화 시킬 전문가가 없다는 것.
이제 전통시장은 개별 업소가 장사의 신되면 그 외의 업소도 낙수효과를 통해 동반 성장할 수 있다는 망상에서 벗어나 경영의 관점에서 개별 업소는 자신들의 처지를 혹독하게 뒤돌아보고 전통시장 전체 업소를 유기적으로 관리하고 움직여 나가는데 적극적인 협조와 참여가 필요하다.